이불병좌상 발해

2021. 1. 20. 12:49남북국의 유물 유적

이불병좌상

발해, 고구려의 불교미술을 잇다

이불병좌상은 발해의 불교 미술을 대표하는 유물입니다. 이불병좌상은 두 명의 부처가 나란히 않아있는 불상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발해의 불교미술은 고구려에게서 계승되었습니다. 한반도 역사에서 발해는 특히 고구려를 계승하였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고구려는 소수림왕 시기에 당시의 중국 왕조인 전진에게서 불교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2년(서기 372) 여름 6월, 진(秦)나라의 왕 부견(苻堅)이 사신과 승려 순도(順道)를 파견하여 임금에게 불상과 경문을 보내 왔다. 임금이 사신을 보내 답례로 토산물을 바쳤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소수림왕

이후 고구려는 불교 미술을 꽃피우게 됩니다. 6세기(539년)에 제작된 금동 연가 7년명 여래 입상에서는 아름다운 고구려의 불교미술이 잘 드러납니다.

금동 연가 7년명 여래 입상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금동 연가 7년명 여래 입상의 금빛과 광배의 표현은 고구려 불교미술의 정수를 드러냅니다. 이러한 아름다운 고구려의 불교미술은 고구려를 이어 만주를 호령한 국가 발해에서도 계승되었습니다. 발해의 이불병좌상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더욱 깊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불병좌상은 발해의 유적에서 특히 많이 출토됩니다. 발해 이외의 이불병좌상은 통일신라 시대의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금동이불병좌상과 전 대전사지에서 출토된 청동이불병좌상, 그리고 고려시대의 괴산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과 같은 몇가지 정도만이 남아있습니다.

통일신라의 청동이불병좌상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시대의 괴산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

출처: 괴산 문화관광

그런데 발해의 유적지에서는 이불병좌상이 특히 많이 발굴된다는 점이 놀라운 사실입니다. 맨 위 사진의 발해 이불병좌상(오늘 다룰)은 발해의 여러 이불병좌상들 중 가장 형태가 온전히 남아있는 것인데요, 맨 위 사진의 이불병좌상은 발해의 5경 중 하나였던 동경 용원부 유적에서 출토된 것입니다. 이 동경 용원부 유적에서만 무려 8개 이상의 이불병좌상이 출토되었습니다.

이러한 발해의 수많은 이불병좌상은 발해에서 불교가 매우 융성하였음을 보여줍니다.

발해의 대표 유물 이불병좌상

이렇게 발해에게서 많은 이불병좌상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발해의 불교 문화가 매우 발달했다는 점을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그렇다면 이제 발해의 이불병좌상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발해 이불병좌상의 높이는 29cm이며, 현재에는 일본의 동경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 불상은 동경 용원부 유적지에서 발굴된 것이며, 발견된 여러 이불병좌상들 중 형태가 가장 온전히 남아있는 것입니다. 이불병좌상이란 두 명의 부처가 나란히 앉아있는 불상이라고 앞에서 설명드렸었죠?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묘법연화경>의 [견보답품]의 내용 중에 다보불과 석가불이 다보탑 안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을 표현한 불상입니다. 중국 지역에서는 남북조 시대의 북위 왕조 시기 이후 많이 제작되었습니다.

불상의 내용을 자세히 묘사하자면, 두 명의 부처가 방좌(네모 모양)의 위에 앉아 있고, 두 명의 부처의 양옆에는 2명의 협시(협시는 불상에서 본존인 여래를 좌우에서 가까이 모시는 상입니다.)가 서있습니다. 불상 뒤로는 큰 광배가 마치 붙어 있듯이 묘사되었습니다. 광배에는 연화화생(연화화생은 연꽃에서 태어나는 것을 말합니다.)하는 5명의 화불이 있습니다. 연꽃은 매우 정교하게 조각되었고, 화불의 얼굴은 마치 아이를 연상시키는 듯 부드럽습니다.

주인공인 두 명의 본존(여기서는 나란히 앉은 가장 크게 묘사된 두 명의 불상을 가리킵니다.)은 미소를 띠고 있으며, 각각 머리에서 나오는 빛인 두광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광도 연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안쪽의 연잎은 8엽으로, 바깥쪽의 것은 16엽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두 개의 두광이 조금은 달라 ( 우리가 볼 때 왼쪽의 부처의 두광에는 원 모양으로 테두리가 그려져 있는데, 오른쪽의 두광에는 테두리가 없습니다.) 두 개의 부처가 다른 존격을 가지고 있다고 파악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한 이 불상은 발해의 이불병좌상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특징도 가지고 있는데, 바로 본존의 수인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오른쪽의 불상의 왼쪽 손이 왼쪽 불상의 오른 쪽 손위에 겹쳐 올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협시에서도 발해만의 특징이 드러납니다. 우리가 보기에 왼쪽의 협시는 승려형이고, 오른쪽의 협시는 보살형인데, 이렇게 승려형 협시와 보살형 협시가 1명씩 있는 경우는 중국에선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렇게 수인과 협시는 발해 불상의 독특성을 보여줍니다.

발해 이불병좌상
고구려의 금동 연가 7년명 여래 입상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의 원오리사지 소조보살입상

출처: 국립문화재연구소

발해의 이불병좌상은 감각적인 연꽃의 묘사와 날렵한 광배 등에서 금동 연가 7년명 여래 입상, 평안남도 원오리의 소조불상(원오리사지 소조보살입상) 같은 고구려의 불상과 유사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했으며, 고구려의 불교미술을 이어받아 더욱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시켰음을 잘 보여줍니다.